안녕하세요, 명동섞어찌개입니다. 오늘은 제가 디자인 업무를 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책 몇 권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시각디자인 전공자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인데요. 디자인 비전공자가 회사의 니즈에 의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경우에는 참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 처음에는 멋모르고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어~ 디자인이라고는 현수막 같은 것밖에 안해봤는데 앱을 디자인해보라구요?
일단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았고. 핀터레스트(https://www.pinterest.co.kr/)나 드리블(https://dribbble.com/), 디비컷(https://www.dbcut.com/) 구글링 하다보면 멋진 디자인 레퍼런스 많이 있으니까, 벤치마킹해서 적당히 괜찮은 걸로 찾아서 겉 모양은 흉내낼 수가 있었습니다. 일단 급한 대로 해야하니까. 괜찮은 소스 찾으면 소스로 떡칠 하고.
그것도 어느 순간이 되니까 한계가 오더라구요. 그렇게 작업한 결과물을 가지고 회의실에 가면 누군가 나에게 이건 왜 이 모양이야? 여기는 왜 네모고 여기는 왜 동그라미야? 이건 왜 이 색깔이야? 라고 물었을 때 '이유'를 댈 수가 없었습니다.
아는 디자이너 10년차 언니에게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얘기했더니 그 언니는 대학교 디자인 수업에서 '의미 없는 건 단 하나의 점이나 선도 넣으면 안 된다' 고 배웠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 말을 최근에야 처음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벌써 프로젝트를 여러개 한 다음에요.
그 때까지 제가 생각했던 디자인은 단지 어떤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적당히 이쁘게 포장하는 그래픽 정도였고, 할 줄 알면 나중에 쓸데 있겠지 하는 정도였습니다. 정말 디자인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에게는 어떻게 보면 미안할 정도의 접근 방식이죠.
실무를 할 때는 이건 예술 작품이 아니라 산업 쓰레기야 라고 생각하면서 회사에서 필요한 디자인을 찍어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만든 무언가를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고치고 다듬어야 하는데, 이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게 되면 일이 안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냥 이건 산업폐기물이야, 내 꺼 아니야 이런 마음으로 만들고 내놓았습니다. 남의 꺼 보듯이 최대한 냉정하게 고치고 바꾸기 위해서.
그렇게 디자인을 벌써 2년 넘게 했는데, 어느 순간 디자인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고 그 부분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회사 안에 디자이너 사수는 없고, 친한 디자이너들이 있기는 하지만 매번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고, 본격적인 디자이너 할 생각도 없지만 회사에 발생하는 디자인 업무는 적당한 수준으로 쳐내야 하는 시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해서 책을 뒤져보게 됐는데요.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나서 공유합니다.
1. 버려지는 디자인 통과되는 디자인 시리즈
[버려지는 디자인 통과되는 디자인] 시리즈로 3개가 있는데요, 웹&앱 디자인, 편집 디자인, 캘리그라피 편이 있습니다. 앞의 두 개만 봐도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전공자가 디자인 실무에 쓸 만한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를 드는 예시가 좀 옛날 디자인들 느낌이 나긴 하지만 디자인의 기본적인 부분이라거나 소소한 팁 등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이 디자인이 왜 좋은 디자인이고 왜 고쳐야 하고 왜 나쁜 디자인인지 '설명'이 적혀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화면의 레이아웃이나 컬러, 폰트를 설명하려고 미술사적 해석이나 한국인의 색채 인지와 언어적 색채 표현 연구 같은걸 들먹일 필요는 없거든요. 최소한의 논리적인 컨셉 (이게 어렵다 ㅠㅠ) 과 그 컨셉으로부터 도출된 점, 선, 면의 존재목적을 고객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데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웹, 앱의 예시가 들어있고 모바일 화면은 웹보다 많지는 않았습니다. 왼쪽에는 안 좋은 예시, 그리고 왜 안 좋은지 이유를 설명했고 오른쪽은 그걸 어떻게 고쳤고 왜 그렇게 고쳤는지 설명이 있습니다.
타이틀과 서브타이틀이 본문보다 얼마나 커야 하는지, 크기에 차이를 주지 않으면 제목으로 인지되지 않는다, 그런 비율 가이드 같은 것도 상세하게 나와있던 부분도 실무적으로는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비전공자를 위한 책 ㅠㅠ)
편집 디자인 편에서는 더 다양한 레이아웃과 규칙을 깨는 디자인 등이 소개되어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트리밍, 여백을 활용하는 방법 등 웹 디자이너가 보기에도 얻을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두 권의 책 다 큼직한 사이즈에 약간 패션 잡지 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으면서 필요한 지식을 얕게나마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2.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컬러
이 책의 서두에서 한 10년차 디자이너의 고충을 소개하고 있더라구요. 디자인을 10년이나 했는데 아직도 컬러 쓰기가 어렵다...
저자는 '컬러 편향'에 대해서도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쓰기 쉬운 컬러만 쓰는 것을 말하는데,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디자인이 정체되고 발전이 안 됩니다. 저자는 그 컬러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과 다양한 색채의 세계를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디자인 전공을 안 했기 때문에, 어릴 적에 미술시간에 배우고 희미한 기억으로 남겨진 '팽창색' '수축색' 디자인의 '채도' '명도' 가장 최근에 유행하는 Earthy color 같은 것에 대한 개념들을 다시 한 번 잡으면서, 그걸 실무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조금은 정리를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꽤 예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 예시 등도 업데이트 되어서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저자의 지적대로 컬러 편향을 고치려면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대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담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컬러에 대해 무지했기 떄문에 그냥 적당히 제가 좋아하는 컬러 또는 무난한 컬러를 주로 써왔습니다. 예를들어 저는 분홍색, 파스텔 톤 등을 좋아했는데 그런 컬러를 메인으로 쓴 디자인을 가져가 보면 회의 때 반응은 대부분 '별로~'였습니다. 컨펌 해주는 분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었는데, 성별에 따른 색 선호도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성별에 따른 색 선호도를 보면 남성은 대부분 선명하고 강한 색을 좋아하고, 여성은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상을 선호한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그 뿐만 아니라 그 컨셉에 어울리느냐 아니냐도 영향이 있었을 거구요.) 그리고 어릴 때는 파장이 긴 노랑, 핑크 등의 색을 좋아하다가 나이가 들면 블루 등 파장이 짧고 강한 색을 선호하게 된다고 합니다.
남녀 불구하고 가장 싫어하는 색 중에 주황색이 포함되어있다는걸 3년 전에 알았다면 아이프렌즈펫 메인 컬러를 굳이 주황색으로 잡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근데 또 어떻게 보면 AWS 메인 컬러도 주황색이라.. 그런거 별로 신경 안써도 괜찮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남 녀 모두 싫어하는 색에는 갈색도 포함됩니다. 남자는 싫어하는데 여자는 좋아하는 색은 보라색이 있군요.
이런 이론들을 적절히 알고 휘두를 줄 알아야 실무에서 디자인을 뽑을 때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을 뽑을 수 있고, 누가 보기에도 말이 되는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앞에 두 가지 시리즈가 업무에서 디자인을 하기 위한 실용서적이었다면 이 책은 뭔가 더 순수한 디자인에 대한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디자인의 본질, 무언가를 창조하고 그것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고 담백하지만 임팩트 있는 예시를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실무 디자인에 대한 글을 추천한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로 박창선 님의 브런치를 추천합니다.
저 같은 비전공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다른 디자인 자료 등이 있다면 댓글로 추천 부탁드립니다. ^^
'Design' 카테고리의 다른 글
Adobe XD 로 10분만에 모바일 화면 디자인하기 (0) | 2020.05.19 |
---|---|
[앱 디자인] 디자인 가이드 작업에 유용한 툴 + 소개 (0) | 2020.04.24 |
[앱 디자인] 디자인 가이드 만들기 - 안드로이드 (0) | 2020.04.24 |
[앱 디자인] 디자인 가이드 만들기 - 아이폰 (3) | 2020.04.24 |
[앱 디자인] 벤치마킹에 유용한 사이트 (0) | 2020.04.24 |